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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미스 선샤인 vs 브로큰: 같은 시선, 다른 온도의 가족 이야기

by 이새댁`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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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단어는 참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말이에요.

최근에 <리틀 미스 선샤인>을 다시 보게 됐고, 그와 동시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브로큰>이라는 영화도 떠올랐어요.

두 영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요. 하나는 유쾌하고 엉뚱하게, 다른 하나는 조용하고 비극적으로. 그런데 둘 다 ‘아이의 시선’을 통해 가족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공통된 무언가가 느껴졌어요.

이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라마다,

문화마다 그리고 시선마다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느끼게 되네요.

 

두 영화 모두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정작 보는 내 마음은 어른의 감정으로 복잡해지곤 했어요.

내가 겪었던 가족의 모습과 닮은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장면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두 편을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가족의 얼굴도 떠올랐고,

예전엔 보이지 않던 가족 간의 미묘한 거리감이나 애정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아이의 눈으로 본 가족의 얼굴

리틀 미스 선샤인 영화 포스터브로큰 영화 포스터
출처: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 <브로큰>공식 포스터

 

<리틀 미스 선샤인>은 미국의 한 평범한 가정을 다뤄요. 겉보기엔 엉망이고,

제각각이지만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를 응원하고 함께 움직여요.

오래된 노란색 밴을 타고 떠나는 여정 속에서, 어른들은 아이만큼이나 성장해 가는 느낌이 있었죠.

반면 <브로큰>은 영국 중산층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열두 살 소녀 스쿠터의 눈을 통해 보여줘요.

그녀는 세상의 잔혹함과 어른들의 위선을 경험하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어요.

한쪽은 “함께”를 향해 나아가고, 다른 한쪽은 “서서히 멀어져 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두 영화 모두 아이는 중심에 있지만, 가족이 주는 온도는 완전히 다르게 전달돼요.

 

이렇게 다른 두 가족을 보며 문득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 얼마나 어른과 다른지 느껴졌어요.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별일 아닌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아이에게는 전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 가족은 따뜻하게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다른 가족은 서툴고 조심스러워서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두 아이 모두 그런 가족 속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배워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두 영화의 가족 이야기가 더욱 마음 깊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따뜻한 연대 vs 차가운 현실

미국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은 실패를 인정하고, 엉망진창인 상황에서도 ‘함께 있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해요. 가족 구성원들은 이상하게도 서로를 보듬고, 결국 무대를 함께 올라가요.

그 과정이 슬프기보단 웃기고 엉뚱한데, 그래서 더 현실적이기도 해요. 실패하고, 싸우고, 망가지지만 결국 같은 밴 안에 있어요.

 

반면 <브로큰>은 훨씬 현실적이고, 조용하고, 무거워요. 아빠는 딸을 지키고 싶지만, 세상의 균열은 너무 빨라요. 이웃 간의 폭력, 갑작스러운 사고, 감정 표현의 서툶이 점점 한 아이의 삶을 바꿔놓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리틀 미스 선샤인이 ‘불완전함 속 연대’였다면, 브로큰은 ‘현실적 고립 속의 성장’에 가까워요.

그래서 두 영화 모두 아이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세상과 가족의 온도는 확연히 다르죠.

 

두 영화를 보면서 가족이라는 관계가 참 복잡하고도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하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침묵 속에서도 눈빛만으로 모든 걸 이해하는 순간들도 있었거든요.

특히 <리틀 미스 선샤인>은 엉뚱함과 유머를 통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브로큰>은 있는 그대로 현실을 마주하고 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차분히 그려냈더라고요.

두 작품의 온도가 극명히 다른 이유는 어쩌면 현실을 바라보는 각 영화 속 인물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가 만든 감정의 결

영화는 결국 ‘사람을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라는 소재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고, 그걸 어떤 시선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리틀 미스 선샤인> 속 가족은 말이 많고, 서로의 감정을 터뜨리며 해결하려고 해요. 누구 하나 완벽하지 않지만, 서툰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죠.

<브로큰>의 세계에선 말이 적고, 침묵이 많아요. 감정은 숨겨지고, 표현보다 참는 게 먼저예요. 그러다 결국은 터져버리는 장면들이 많죠.

 

이 두 영화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었어요. "우린 진짜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 "가족이기에 당연하다고 여긴 감정들이 사실은 가장 어렵고 복잡한 건 아닐까?"

가볍게 보려던 영화였는데, 비교해 보니 내 안의 감정들이 오히려 더 깊게 흔들리더라고요.

두 영화 모두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았고, 그래서 이 비교가 더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사실 두 영화 모두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아요.

그저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는지 그려낼 뿐이죠.

하지만 두 작품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가족을 꿈꾸고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르게 되었어요.

표현 방식도, 소통 방식도 다른 두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각자의 가족과 관계 맺는 방식 역시 결국 각자의 경험과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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