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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상징, 연출, 마지막 장면) 물가에 피어난 사랑

by 이새댁`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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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를 처음 봤을 땐 그저 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로만 다가왔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볼수록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생존이나 정착의 이야기를 넘어서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미나리를 바라보는 그 고요한 순간은 단지 영화의 결말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조용한 대답처럼 느껴졌어요.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하게 남는 감정이 있었어요.

이 글에서는 ‘미나리’ 속 미나리라는 식물의 상징성과 연출 방식,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전하는 감정적 울림에 대해 제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보려 해요. 저 역시 낯선 도시에 혼자 정착하려 애쓰던 시절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가진 정서에 더 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징,물가에 심어야 잘 자란다는 말의 진짜 의미

미나리 공식 포스터
영화 <미나리> 공식 포스터

“미나리는 물가에 심어야 잘 자란다.” 이 말은 영화 내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대사 중 하나였어요.

처음엔 단순한 생활의 지혜처럼 들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말이야말로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은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가라는 건 언제든 넘치고 마를 수 있는 불안정한 공간이잖아요.

그런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미나리는,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삶의 상징 같았어요.

제이콥 가족도 마찬가지였죠. 안정되지 않은 이민자의 삶, 경제적 위기, 문화적 단절 속에서도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어요. 그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다 보니, 갈등도 생기고 오해도 쌓였지만, 그 안에서 조용히 생명을 틔우는 존재가 있었죠. 미나리처럼요.

순자가 미나리를 심는 장면은 유난히 조용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무언가를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처럼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사랑이란 이런 걸까 싶었었는데 이유는 누군가는 거창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누군가는 한 그루 식물을 심는 방식으로 감정을 남기죠.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조용하지만 깊고, 눈에 띄진 않지만 결국자라나는 어떤 관계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미나리 같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정을 쌓아가는 연출의 조용한 힘

‘미나리’는 감정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터뜨리기보다, 겹겹이 쌓아가는 연출이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갈등이 있어도 폭발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상처를 입어도 조용히 안으로 삭여요.

저는 그 점이 오히려 더 진하게 와닿았어요. 특히 제이콥과 모니카가 싸우는 장면들에서는 말보다 정적이 훨씬 강한 긴장감을 주더라고요. 감독은 인물들의 심리를 드러내기 위해 대사 대신 시선과 공간을 활용해요. 가족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구도, 가까이 있지만 닿지 않는 거리, 그 안에 감정의 거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음악도 거의 배경처럼 깔리면서 인물들의 감정을 침범하지 않아요. 대신 바람 소리, 식물 흔들리는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요. 저는 이런 연출 방식이 너무 좋았어요. 과하게 뭔가를 설명하지 않아서 더 여운이 길게 남더라고요. 관객 스스로 그 감정을 완성하게 만드는 구조랄까요.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서 인물들의 표정과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이건 단순히 영상미 때문이 아니라, 연출이 감정을 말없이 전달하는 방식이 그만큼 정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장면이 남긴 조용한 확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감정적으로는 가장 울림이 깊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미나리를 바라보는 장면, 그 조용한 시선 속에 그동안의 모든 감정이 녹아 있었어요.

실패한 농사, 가족 간의 갈등, 병약한 아들에 대한 걱정, 어머니의 지친 눈빛까지도 모두 그 순간 잠시 멈춘 듯했거든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며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이것이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진짜 사랑과 삶의 온도 아닐까 싶었어요.

미나리는 결국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자리에서 자라났고, 그 자리에 남은 사람들도 서로를 다시 바라보게 됐어요.

그 장면을 보며 ‘내가 겪은 실패들이 무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은 늘 원하는 방향으로만 흐르진 않지만, 그 안에서도 무언가가 자라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마지막 장면은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마치 누군가 내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고 ‘괜찮아, 너도 자라고 있어’라고 말해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같은 온도의 이야기를 더 만나고 싶다면 ‘윤희에게’나 ‘우리들’ 같은 작품도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말이 아닌 눈빛으로, 드라마가 아닌 삶으로 다가오는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미나리’가 좋았다면 분명 마음에 닿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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