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콘크리트 유토피아 (서사, 디테일, 현실성) 디스토피아 입체적 재현

by 이새댁` 2025. 5. 20.
반응형

 

 

영화관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난 후, 한동안 머릿속에서 인물들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평범한 아파트라는 일상 공간이 재난 이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한 모습이 너무 생생했고, 어쩐지 우리 삶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찜찜함이 오래 남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라, 사회적 질문을 품은 심리극이라고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스크린을 벗어난 이후에도 자꾸만 생각나더라고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어요.

서사 구조의 미세한 균열이 주는 긴장감

콘크리트 유토피아 공식 포스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공식 포스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형적인 재난 영화의 틀을 따르지 않아요. 시작부터 확연히 다르죠. 거대한 재난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미 재난이 끝난 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스케일 대신, 폐허가 된 서울의 한 아파트에 초점을 맞추며 서사의 무게를 공간과 인물에 실어요. 이 아파트라는 공간이 곧 유토피아이자 디스토피아라는 상징이 되는데요, 그 설정 자체가 참 절묘해요. 서사의 흐름도 직선적이지 않고 인물 간의 갈등과 심리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어요. 특히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이 서사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시켜 주죠.

이런 구조는 관객에게 예상하지 못한 리듬감을 제공해요. 장면 전환이 단조롭지 않고 인물의 시선과 감정에 따라 전개되다 보니, 어느 한 장면도 놓치면 서사의 흐름을 놓치게 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특히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의 변화도 흥미로웠어요.

초반엔 수동적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결단을 내리는 쪽으로 변하잖아요. 이 인물의 흐름 역시 '정해진 플롯'이 아니라 상황의 누적과 내면의 충돌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었어요.

영화가 주는 불안감은 단지 재난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각 인물이 어떻게 무너지고 선택하는지를 따라가며 생기는 감정이에요. 이런 점에서 이 영화의 서사는 ‘불완전함’을 일부러 껴안는 방식으로, 진짜 현실의 서사처럼 느껴졌어요.

현실을 닮은 디테일이 만드는 불쾌한 리얼리즘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너무 익숙한 디테일'이었어요. 정전된 복도, 식량을 얻기 위한 줄 서기, 권력을 둘러싼 이웃 간의 미묘한 갈등... 어쩌면 진짜 우리 아파트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이어지죠. 특히 주민회의 장면에서 사람들이 누구 편을 들고, 어떤 논리를 내세우는지 보는 건 마치 현실 사회의 축소판 같았어요. 작은 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도덕성, 눈앞의 이익을 좇는 인간의 본성이 너무 생생하게 표현돼서, 보는 내내 불편했지만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연출이 아주 섬세하고, 배우들의 감정 표현도 굉장히 설득력 있었어요.

하나하나의 소품이나 설정도 무심하게 넘어갈 수 없었어요. 담요 한 장, 생수병 하나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된 도구가 돼요.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는지, 누가 덜 나누는지까지도 주민 간 서열을 만들어버리더라고요.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봐왔던 아파트란 공간이, 이 영화에선 권력과 불안을 나누는 장으로 기능해요. 특히 인물들이 “이건 내 집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소유권 주장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는 외침처럼 느껴졌어요. 연출은 그런 순간을 의도적으로 정적 없이 밀도 있게 쌓아가요. 카메라도 가까이 붙고, 배경 음악도 거의 없이 등장인물의 표정과 호흡을 밀착해서 따라가니까 현실감을 더했죠. 그래서 더 무섭고, 더 설득력 있었던 것 같아요.

디스토피아가 낯설지 않은 이유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가장 무섭게 느껴졌던 건, '이게 충분히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재난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재난 자체보다도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이더라고요. 누구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해지고, 누구는 살아남기 위해 잔혹해지며, 누군가는 소외되고 사라져 가요. 이 모습이 과장되거나 픽션 같지 않다는 게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가장 큰 무기였어요.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해요.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을까?'라고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라, 사회적 질문을 품은 심리극이라고 느꼈어요.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서일까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는 오히려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어요. 우리도 점점 공동체보다 개인의 생존이 먼저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이 영화는 그래서 더 무섭게 다가왔어요. 만약 저 상황이 진짜 현실이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를 자꾸 묻게 되더라고요. 특히 여성, 노약자, 비주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흐름은 씁쓸했어요. 이게 단순히 영화 속 가상의 사회질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스며있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선택들도 각기 달라요. 어떤 인물은 타인을 배려하고, 어떤 인물은 끝까지 자신의 욕망을 지키려 해요. 그 다양성이야말로 현실 그 자체였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반응형